일사부재의 원칙
一事不再議(一 : 하나 일, 事 : 일 사, 不 : 아니 부, 再 : 두번 재, 議 : 의논할 의)를 한자의 뜻대로 직역을 하면 하나의 일로 두번 의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의회에서 적용하는 원칙으로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는 다시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국민의 힘에서 헌법재판소는 본 소추안이 절차상의 문제가 있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국회법 92조 일사부재의 원칙을 앞세워 강력하게 주장했었습다.
하지만, 제418회 정기국회에서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자체가 불성립하였으나, 다시 제419회 임시국회에서 표결이 이루어졌으므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재의 판결이 명확하게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오늘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우리나라 법률에서의 일사부재의 원칙
일사부재의 원칙은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의사진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수파의 의도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방지하며, 의결의 번복을 막아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법적 근거:
- 국회법 제92조: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
- 지방자치법 제68조: "지방의회에서 부결된 의안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사례:
국회에서 A 법안이 표결 결과 부결되었다면, 해당 회기가 종료될 때까지는 동일한 내용의 A 법안을 다시 발의하거나 표결에 부칠 수 없습니다. 만약 다음 회기가 시작되면 동일한 A 법안을 다시 발의하여 심의 및 표결 절차를 거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
- "같은 회기"의 의미: 회기는 국회의 활동 기간을 의미하며, 통상적으로 1년입니다. 임시회는 회기 기간이 짧게 정해질 수 있습니다.
- "부결된 안건"의 의미: 단순히 표결 결과 부결된 경우뿐만 아니라, 의결 정족수 미달로 인해 의결되지 못한 경우도 부결된 것으로 봅니다.
- "동일한 안건"의 의미: 안건의 종류나 제목이 같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이 동일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일부 내용만 수정하여 다시 제출하는 경우에도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 철회된 안건: 안건이 표결 전에 철회된 경우에는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같은 회기 중에도 다시 제출할 수 있습니다.
🔳 다른 나라의 일사부재의 원칙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의회의 효율적인 운영과 안정성을 위해 유사한 원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적용 범위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1. 미국:
미국 연방 의회에는 명시적인 "일사부재의" 원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각 상원과 하원의 내부 규칙에 유사한 제한 규정이 존재합니다. 특히 상원의 경우, 일단 부결된 안건을 다시 상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절차와 다수의 동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소수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 영국:
영국 의회 역시 명시적인 "일사부재의" 원칙은 없지만, 하원의 의사 규칙(Standing Orders)을 통해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부결된 의안을 같은 회기 내에 다시 논의하기 위해서는 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제한적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3. 일본:
일본 국회법에는 명시적으로 일사부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 국회법 제82조: "각 의원은 다른 의원에서 송부 또는 제출된 의안과 동일한 의안을 심의할 수 없다." (각 의원은 다른 의원에서 송부되거나 제출된 의안과 동일한 의안을 심의할 수 없다.)
- 참의원 규칙 제43조: "본회의에서 부결된 안건은 동일 회기 중에 다시 제출할 수 없다." (본회의에서 부결된 안건은 동일 회기 중에 다시 제출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양원 모두에서 일사부재의 원칙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부결된 안건이 같은 회기 내에 반복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의회의 효율적인 운영과 안정성을 위해 일사부재의 원칙 또는 유사한 규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내용과 적용 방식은 각 나라의 의회 규칙 및 관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